2012/12/15 23:30

3주 이른 생일선물은 유성색연필 (꿈 vol.1) * daily


어려서부터 나의 꿈은 화가였다. 언니는 공부하는 사람으로 나는 예술하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었던 엄마의 육아방식은 완벽했다.

엄마는 내가 기어다닐 때 집에 전지를 깔아놓고 온 몸에 물감을 묻혀 전지위를 기어다니며 그림을 그리게 했고 내가 어느 정도 컸을 때부터는 그림책의 삽화를 같이 따라 그린다거나 가을날 맨발로 낙엽을 밟고 그 느낌을 그림으로 그린다던가, 하는 활동들을 시켜주셨다.
그렇게 나는 그림을 기어다닐때부터 했고 5살 무렵쯤 부터는 엄마와 함께 과자를 만들었다.

아주 어릴 때부터 10살정도까지는 - 내 꿈은 화가였다. 11살때부터는 빠띠시에르였다가, 14-15살때는 잠깐 패션 디자인을 했고, (학교를 빠지고 서울 패션 위크에 가는 일 까지 있었다) 그 뒤로 다시 빠띠시에르의 길을 걷고 있다.

원하는 대학의 외식경영과를 가기 위해 고등학교 땐 공부를 꽤 열심히 했다. 공부를 썩 잘하는 고등학교는 아니었지만 성적은 전교에서는 항상 상위권 전국적으로 봤을 때 외국어는 상위권 나머지 과목들도 중상위권에 머물렀다.
그 대학의 그 학과는 내가 16살때부터 꿈꿔왔던 곳이어서, 고등학교 1,2학년때는 공부도 하며 집에서 제과를 했지만 고등학교 3학년때는 아예 오븐을 켜는 일이 없었다.
고등학교 3년 내내 그림을 그리는 일은 없었다. 교과서에 하는 낙서의 빈도수도 급격히 줄었다.

어릴 때부터 자리한 화가의 꿈은 내가 초등학교 때 학원에 들어가면서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리고 싶은 것이 있었는데 학원에서는 학원이 원하는 것을 요구했다- 벽에 걸려있는 달력에는 그 날 아이들이 그려야 하는 주제가 써 있었다. 시장통, 씨름 경기, 같은.
집에서 혼자 그림을 그릴 땐 척척 잘도 했는데 학원에 가니 선생님이 손을 봐주기가 일쑤였다. 게다가 결과물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학원을 다니며 그렸던 그림 중 주변에서 잘그렸다, 고 칭찬해 준 그림은 하나도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학원을 끊었다 다시 다녔다를 반복하다가 나는 화가가 되지 않기로 했다. 그 무렵 제과가 그렇게나 재밌었다. 완벽한 타이밍.

그러나 미술을 계속 좋아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전시회에 가는 일이 잦아졌고 나는 다시 펜을 들었다. 그런데- 종이와 펜만 있으면 잘도 움직이던 손이 하나도 움직여지질 않았다. 3년간 그림그리는 손이 굳어져버렸던 것.
난 다시 내가 원하는 대로 그림을 그리기 위해 스케치북을 사고 색연필을 사고 이것 저것 다 따라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제 언니가 내게 준 3주나 이른 생일선물은 프리즈마 유성 색연필 세트.
알바비로 모든 생활을 해야해서 그림을 그릴 때 쓰는 유성 색연필은 필요한 색깔만 낱개로 사서 불편했었는데 -
다시 그림을 그리는 나에게 이런 선물이. 어려서 한창 그림을 그렸을 때 엄마가 파버 카스텔 수성 색연필 세트를 사줬던 일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물론 나는 제과를 하는 사람이지만, 이제 그림도 다시 그린다-. 그림도 그리고, 제과도 하는 사람으로 알려졌으면 좋겠다.
언니가 사준 색연필로 모든 것을 그려봐야겠다.


덧글

  • 2012/12/16 11:1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12/23 21:12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댓글 입력 영역